"지혜 없는 힘은 그 자체의 무게 때문에 쓰러진다(호라티우스)" 는 말을 아는가?

아무리 힘이 좋다고 하여도 그것을 사용할수 있는 지혜가 없다면 그 자체는 쓸모 없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최신 리터급 혹은 오버리터급 슈퍼스포츠 바이크들은 그 성능에 있어서 이미 인간이 느낄수 있는 영역을 넘어섰다고 생각한다.

0-100km/h 가속 3초미만, 0-200km/h 가속 8초... 0-400m 가속 10초 미만...... 도달속도 230km/h 이상.....

이런 엄청난 성능을 가진 바이크들을 타면서 우리는 과연 이 파워를 얼마만큼 사용하고 있을까?

물론, 혼잡한 시내에서... 도로 여건이 그리 좋지 못한곳에서바이크의 성능을 단 몇 퍼센트 밖에 활용하지 못한다고 하여도 가끔 나오는 직선에서나 혹은 와인딩에서 바이크가 가진 성능을 아주 잠깐 이라도 느끼는 그 희열에 리터급 슈퍼스포츠 기종을 탄다고 한다면 나 또한 이를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며, 이에 동감한다.

하지만.....

직선에서의 엄청난 동력 성능은 물론, 혼잡한 시내에서도... 정속으로 국도를 크루징할때에도

그리고 와인딩에서도... 바이크의 동력 성능에 연연하지 않고 모두 다 즐길수 있다면...?...

와인딩이 아닌 다양한 장면 에서 부담없이 편하게 그리고 또한 빠르게 즐길수 있다면...?...

그렇다... 힘을 지혜롭게 사용한다면 그것이 바로 정답일 것 이다.

2001년 등장한 FZS1000 Fazer 는 참으로 얄미운 녀석이다.

학창시절을 떠올려 볼까? 공부에만 목숨 거는 공부벌레...

공부는 못하지만 한 주먹 하며 학교를 휘어잡는 불량학생...

굳이 비유 하자면 전자를 필자의 애마 XJR 에, 후자를 리터급 슈퍼스포츠 기종에 비유 할수 있겠다.

하지만.... 이 보다 더 얄미운 녀석이 있으니...

바로 공부도 학교 전교 수위를 다투며, 싸움도 이와 마찬가지로 전교 수위를 다투는 공부도 잘하고 싸움도 잘하는...

그리고 선생님들 앞에선 모범생인척 학생들 에게는 힘자랑을 하는  바로 그런 녀석들 일 것이다. (학창시절 아마 누구라도 이런 녀석들이 가장 얄미웠을 것 이다)

바로 지금 얘기할 FZS1000 Fazer 가 바로 이런 얄미운 녀석이다.

슈퍼스포츠를 타고 FZS1000 과 함께 달릴때면 슈퍼스포츠를 타면서 힘든 자세에 자세까지 잡아가며 열심히 코너를 돌고 있으면 FZS1000 은 아무렇지도 않은듯 뒤에서 편안한 자세로 따라오고 있다... 그리고 추월해버리는 경우도 종종있다. 물론 직선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평범한 원라이트 네이킷을 타고 FZS1000 과 함께 달릴때면... 시속 100km 를 넘어서면서 부터 이미 나는 주행풍에 시달리고 있지만 FZS1000 은 나보다 더 빠른 속도로 아무렇지도 않은듯 나를 유유히... 그것도 매우 편안하게 추월해 가 버린다. 한마디로 FZS1000 을 표현하자면 정말 얄 미운 바이크 이다.

이 녀석을 처음 보았을땐 사진으로 볼때와 달리 참으로 멋지다는 생각을 했었다.

사진으로 보기엔 무엇인가 균형이 잡히지 않고, 어딘가 엉성하고 허전한 느낌을 지울수 없었지만 실제로 이 녀석을 눈 앞에서 접하고 나서 그런 생각은 철저하게 무너져 내릴수 밖에 없었다.

파이프구경 48.6mm 의 초대구경 파이프를 사용한 더블 크레이들 프레임에 얹혀진 초고성능의 동사의 슈퍼스포츠 YZF-R1 의 심장...

하지만 어디하나 '나 1000cc 요~' 하는 과장감도 과시감도 압박감도 없다.

크기 자체는 유럽인들을 겨냥한 바이크 답게 다소 크긴 하지만, 이는 이 녀석을 슈퍼스포츠와 비교한 나의 오류이란 것을 알기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차체 자체도 동급 네이키드들과 비교하자면 한사이즈 작은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도저히 1000cc 엔진으로 믿을수 없는 컴팩트한 엔진은 YZF-R1 의 카울에 가려 있을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준다.

또한 보통 네이키드 바이크들이 수냉엔진에도 '멋' 을 위해 냉각핀을 장착하지만, FZS1000 은 그렇지 않다. 미끈한 수냉엔진의 외모를 그대로 들어내고 있으며, 나에겐 이 쪽이 더 멋지다고 생각된다. '과시욕' 을 즐기는 우리나라 인들의 정서에는 맞지 않을지도 모르나,

굳이 과시욕을 즐기고 싶다면 FZS1000 의 특이한 디자인 자체가 그 욕구를 만족 시켜 주진 않을까?

시트에 앉아보면 시트는 상당히 높다. 도저히 네이키드라고 믿기지 않으며, 왠만한 동급 슈퍼스포츠의 그것보다도 더 높다.

시트고는 825mm 로 보통 동급 네이키드들이 700mm 대인것을 감안한다면 상당히 높다.

키가 작은 라이더 분들이라면 조금 고민해 보아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다만, 필자의 경우 키 180cm 로 발착지성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시트의 제질은 필요충분하게 마찰력이 있어서 잘 미끄러지지 않으며, 쿠션이 좋다.

핸들은 이 녀석의 날렵하게 생긴 디자인과는달리 시트에서 부터 의외로 가깝고 또 높이 위치하고 있어서 상당히 편안한, 필자의 경우 허리가 거의 90도로 서는 포지션을 보여준다. 또 아래로 내려다 보면 보이는 상당히 넓고 풍만한 21L 의 대용량 연료탱크도 실제 윗 부분은 풍반하지만, 니 그립 되는 부분은 그다지 넓지 않고 니그립감이 매우 우수하다. 나름대로 포지션을 잡아보면, 스텝도 날렵한 디자인과는 달리 평범한 네이키드의 그 위치와 비슷하다.

다만 이 녀석의 차체 높이가 동급 네이키드들에 비하자면 상당히 높음으로 스텝의 위치도 다소 높은데, 이는 시트의 높이가 동급에 비해 높음으로

그 높이만큼 스텝이 따라 올라간 것이며, 라이더가 앉아서 스텝에 발을 얹었을때는 이런 느낌을 가질수 없다.

스텝 자체는 네이키드 답게 고무가 덧데어져 있는 타입.

그리고 앞을 바라보면, 큼지막한 어퍼카울에 작은 윈드스크린이 앙증 맞기 까지 한데,

과연 이런 윈드스크린으로 방풍성능을 실현할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백미러는 매우 길고 양 옆으로 많이 나와 있어서 마치 곤충의 더듬이를 연상케 하는데 옆으로 많이 나와 있는 만큼 뒷시야 확보가 용이하다.

그리고 그 밑으로 계기반을 바라보면, 280km/h 풀스케일의 스피드미터와 레드존이 10,500rpm 부터 시작하는 타코미터를 가진, 아날로그 타입의 계기반을 볼수 있다. 물론 바늘로 표기하는 아날로그 타입의 계기반이지만

실제는 기계식이 아닌 디지털 방식을 채용하며, 다만 이 수치를 숫자로 디지털디스플레이 하는것이 아니라 스텝모터를 이용해 바늘을 구동시켜서 바늘로 표현하고 있는 것 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최신 슈퍼스포츠 바이크들이 채용하고 있는

디지털 액정 디스플레이 타입의 계기반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이는 속도가 올라간다는 감성적인 느낌이 적기 때문이다.

가속을 하면서 바늘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는것과, 숫자가 바뀌는 것을 보는 것의 느낌차는 실로 크다.

어쨋든... FZS1000 에 R1 의 계기반이 아닌 전용의 아날로그 타입의 계기반을 채용한 것은 너무나도 반가운 일이다.

또, 계기반 자체의 구성이 구형 슈퍼스포츠 바이크들의 그것과 비슷한지라 맨 우측에는 당연히 '수온계' 라고 처음에 예상했었지만, 이 예상안 너무나도 정확하게 빗나갔다. 역시 네이키드답게 연료잔량게이지를 채용하고 있었던 것 이다.

스피드미터 내에 위치한 조그마한 디지털 액정디스플레이는 적산거리(Odo-meter),와 구간거리계1,2(Trip-meter)

시간 등을 표시하여 주는데, 시간적 여유를 가지며 즐기는 네이키드 바이크에게 있어서

시계는 한없이 고마운 장비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핸들 스위치류는 전형적인 야마하 네이키드의 그것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왼쪽손에는 푸쉬캔슬(Push-Cahcel/손으로 눌려서 끄는 방식) 방식의 턴시그널램프(Turn-Signal Lamp/깜빡이) 스위치와

비상등(Hazard/4개의 깜빡이를 동시에 켜는것, 비상깜빡이라고 함) 스위치

그리고 클락션이 위치하고 있으며, 우측 스위치류에는 스타터버튼과 헤드램프 버튼이 위치한다.

키를 꼽고 이그니션온을 시킨후 스타트 버튼을 눌려보면, 1,000cc 의 거대한 수냉엔진은

매우 조용히 그리고 쉽사리 잠에서 깨어난다.

시승차량은 순정머플러라서 마치 전기모터와 같은 소리를 들려주는데, 네이키드는 역시 조용한게 좋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R1 에서 그러했듯 마치 전기모터소리 같은 배기음은, 리터급이란 박력은 희박하다.

하지만 가볍게 스내칭을 해보면, 조용한 배기음사이로 나지막하게 깔리는 무언의 압박은 역시 리터급이다.

스내칭을 해보면 엔진반응은 네이키드 치고는 상당히 빠른편이다. 클러치를 잡고 1단으로 기어를 넣은후, 클러치를 서서히 때며 출발하면 FZS1000 은 슬랜트노즈부터 서서히 대기를 가르기 시작하며 대기속으로 스며든다.

참으로 매끄럽다.... '스며든다' 는 느낌 외에는 표현하기 힘들정도로 부드럽고 매끄러운 가속감이다.

1리터나 되는 엔진이... 그것도 143마력의 고출력을 내는 엔진이 이토록 부드러울수 있다니...

여러 금속 제질의 부품들이 마찰되면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가 힘들다.

이대로 쓰로틀을 비틀어 가속을 해보면, 프런트 둘레가 허공을 향한다.

떠오르는 프런트를 안정시키며 서서히 다시 쓰로틀을 열어보면

1단에서 이미 120km/h 근처의 속도를 확인할수 있다. 2단 170km/h... 3단에서 이미 200km/h 를 넘어선다.

정말 네이키드라고 믿기지 않는 통쾌한 가속력이다.

이는 느낌상이 아니다. 수치상으로도 이미 미들급 슈퍼스포츠는 위에서 내려다 볼 정도의 성능이다.

FZS1000 은 이런 통쾌한 가속력을 가지면서도 역시 네이키드 답게 실용영역에서의 토크 또한 뛰어난데, YAMAHA 에서는 이를 위해 R1 에서도 채용되었던 배기 디바이스 EXUP(Exhaust Ultimate Power Valve) 을 채용하고 있음은 물론, 카뷰레이터의 구경을 37mm 줄였으며, 이로 인해 오버리터급 원라이트 네이키드들 처럼 폭팔적인 토크감은 없지만, 고회전에서의 짜릿한 펀치력과 저회전에서의 필요충분한 토크감을 보여준다.

저속에서의 토크와 고회전에서의 펀치력을 겸비한 바이크는 FZS1000 외에는 찾기 힘들 것 이다. 또한 클러치의 마찰디스크와 클러치디스크의 수를 각각 1개 늘려서 클러치 디스크의 크기를 R1 에 비해 18mm 줄일수 있었는데 이로써 R1 의 거친 변속감에 비해 더 부드러운 변속감을 가질수 있게 되었다.

스포티한 주행이 주인 R1 의 자극적인 변속감에 비해 역시 FZS1000 은 부드럽게 그리고 조금 더 느긋하게 주행하기에

이런 부드러운 변속감이 주는 부드러움과 느긋함, 그리고 편안함은 라이더에게 속도에 대한 자극을 더하지 않는다.

실제 FZS1000 은 출발부터 기어변속 까지 모두 매끄럽고 부드럽다.

높은 시트고 때문일까? 마치 비행기를 타고 매끄럽게 가속한다는 느낌이다.

또 고속주행중 상체를 숙일경우 일반적인 네이키드의 경우 상당히 어색한 모습을 연출하지만 이녀석은, 날렵한 디자인 때문일까? 상체를 숙여 스크린에 상체를 파묻어도 결코 어색하지 않다.

크루징 성능도 대단히 뛰어난편으로, 실질적인 크루징 속도는 80~140정도라고 볼 수 있다. 원라잇 네이킷들이 80~100정도인점을 감안한다면, 그 한계속도가 더욱 높다.

이는 대형 하프카울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인데, 허리를 완전히 편 상태에서도 방풍성이 우수하지만, 아주 가볍게 앞으로 약간 숙여준다면 140정도의 속도의 크루징에서도 별다른 공기저항을 느끼기 힘들만큼 방풍성능은 기존 원라잇 네이킷들에 비하자면 우수하다.

참고적으로 6단 톱기어에서 80km/h 에서는 3,300rpm 정도를 100km/h 에서는 4,200rpm 정도를 가르킨다.

그야 뭐 동사의 FJR1300 같은 녀석들 처럼 '200km/h + 알파' 란 속도로 크루징 가능한 녀석들도 있긴 하지만,

이녀석과는 장르가 엄연히 틀리다. 이녀석은 '네이키드' 란 장르이다. 주행풍의 방풍에 있어서는 가장 취약한 장르가 바로 네이키드이고,

이 때문에 고속 크루징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지만, FZS1000 은 하프카울로 이를 만회하고 있다는 것 이다.

다만 다시한번 말하자면, 초고속투어러의 그것만큼 완벽한 방풍성능이라기 보단

네이키드의 단점인 주행풍을 차단하는 정도의 방풍성능이라는 점...!...

국도를 차량의 흐름에 맞춰 크루징 하다보면 이 녀석의 시트고가 높아서 인지 시야가 매우 높고 또한 넓다.

승합차 운전자의 그것과 비슷한 눈높이에서 앞을 바라보고 있는 것 이다.

이는 시내주행에서도 승용차 루프 너머로 앞 사정을 바라볼수 있기에 빠른 길을 택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부드러운 엔진필링과 클러치필링, 그리고 차체의 뛰어난 유연성과 안정감으로

시내의 좁은길에서 유턴따위는 쉽게 헤치운다는 것도 이 녀석의 장점이다.

모든 달리는 것들은 잘 달리기도 해야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잘 멈춰야 한다는 점일 것 이다.

FZS1000 은 이런 법칙도 매우 잘 지키고 있다.

동사의 YZF-R1 의 그것과 같은 프런트 298mm 의 플로팅디스크와 4포트 캘리퍼 더블장착시스템과 리어 267mm 의 싱글디스크 2포트캘리퍼의 구성은 'R1 것' 이라는 말 만으로도 이미 성능은 설명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차량의 무게나 중량배분, 서스펜션이 틀리기에 브레이킹 필링등에선 다소 차이가 있다..우선 인너튜브 구경 43mm 의 정립식 프런트 포크는 같은 브레이크 시스템을쓰는YZF-R1 의 그것보다는 작동폭(스트로크)가 많이 큰 편이다. 역시 승차감을 어느정도 중시하는 네이키드란 장르다운 설정이다.

이 때문에 브레이킹을 할 경우 YZF-R1 의 그것보다 프런트가 많이 내려 앉는 기분이지만, 이런 풍부한 스트로크 감촉 때문에 브레이킹시의 승차감도 우수하고 고급스럽다.  

또한, 상체가 거의 90도 가까이 서는 포지션이기에, YZF-R1 의 풀브레이킹시에 느끼는 앞으로 넘어질듯한 공포감은 찾을 수 없다.

동생이라 할수 있는(출시 년도로 따지자면 형이다) FZS600의 그것과 비교하면  프런트 포크와 중량의 차이때문인지, 브레이킹시의 느낌은 다소 묵직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든다. 리어브레이크는 R1 의 그것처럼 의외로 쉽사리 락이 되는 설정이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다소 요령있게 제동을 해야 했는데, 이 요령만 터득한다면 절대적인 제동력은 매우 우수하다.

이 녀석의 제동력을 필자가 얼만큼이나 이끌어 낼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적어도 내 실력내에서의 브레이킹만으로도 안구가 돌출될 만큼의 강력한 감속G 를 느끼기엔 충분했고, 그 어떤 동급 바이크보다 강력한 브레이킹시스템을 갖추고 있음은 더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다.

와인딩으로 진입하면, 이 녀석의 성격을 더욱 더 절실히 파악할수 있는데,

굳이 한마디로 결론내리지만 와인딩에서의 이녀석의 경쟁차종은 '네이키드' 가 아니라 '슈퍼스포츠' 란 것 이다.

지금까지 내가 타본 어떠한 리터급 네이키드 바이크도 이런 코너링을 선사한적은 없다.

꽤나 깊은 코너진입전... 브레이크 레버를 살짝 움켜쥐며...

그냥 돌아나가긴 속도가 다소 높지만 린인 자세를 취하며, 브레이킹 해제와 동시에 바이크를 눕혀본다.

허무하다..... 이 녀석은 린인을 취한 나를 얕보기라도 하는듯 너무 안쪽으로 파고 들어버린다.

무엇이란 말인가? 이 상쾌한 코너링은......

너무나도 상쾌하고 경쾌한 코너링에 헬멧안에서 나도 모르게 '아..' 하는 옅은 신음소리를 내뱉는다.

끝없이 이어진 와인딩로드... 이제 이 녀석의 성격을 조금씩 파악해가며 일단 무리하지 않은 가벼운 린위드 자세로 와인딩을 공략해 나가본다. 가볍게 뱅킹 한후, 탈출구를 노려보며 쓰로틀을 비틀면 기어단수에 상관없이 리어서스펜션이 스윽 가라 앉으며, 리어타이어에 트랙션이 걸리면서 FZS1000 은 코너 탈출구를 향해 맹렬히 가속한다. 마치 활주로를 막 이륙한 비행기인 마냥...

이 녀석은 와인딩에서 '리터급 네이키드' 라는 부담감 따위의 생각없이 달린다...

린위드 자세로 그냥 부드럽게, 그리고 여유있게 달린다고 생각하다가도 문득 계기반을 내려다보면 생각외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 것에 순간적인 공포를 느끼며, 지금껏 내가 달려왔던 이 길에 대한 허무함마져 느낀다. 평소 XJR1200으로 린인 자세를 취해가며 과감하게 탈출하던 속도를 넘어서서 이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같은길을 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슈퍼스포츠기종들의 그것처럼 칼로베는듯 날카로운 코너링과는 거리가 멀다.

경쾌함 속에서도 적당한 둔함과 묵직함, 그리고 끈기가 공존하는 참으로 묘한 설정인 것 이다.

이 묘한 설정은 라이더에게 부담따위는 전혀 없음은 물론, 너무나도 편안함을 준다.

고단기어를 넣고 그저 부드럽게 달린다면 이 녀석은 라이더에게 자극을 주지 않고도 매우 빠른 속도로 달린다.

그리고 조금 더 빠르게 달리고자 린인 자세와 저단기어로써 와인딩을 공략해보아도 이 녀석은 좀처럼 한계점을 들어내지 않는다.

이 녀석은, 역시 내 실력을 무시한 허무할정도의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을 뿐...

그야 절대적인 코너링 속도는 동급 슈퍼스포츠 바이크가 더 높겠지만, 같은 속도로 돌아갈때의 라이더의 심리적 안정감은 FZS1000 쪽이 훨씬 우수하다.

또한 이 정도라면 코너에서 어설픈 슈퍼스포츠들은 백미러안에서 잠재울수 있겠다.

또한 상체가 서는 포지션이기에 슈퍼스포츠에서 느낄수 있는 급한 내리막코너에서의 공포감따위도 없다.

사실 이 녀석의 상대는 '슈퍼스포츠' 가 아닌데도 계속 '슈퍼스포츠' 와 비교하게 되는데, 그 만큼 이 녀석의 코너링 성능 자체가 우수하기 때문이다.

사실 슈퍼스포츠란 장르가 '와인딩' 을 위해서 제작되었고 또 출시되었다면, FZS1000 에게 있어서 와인딩이란 긴 주행중에서 무수히 스쳐지나는 많은 도로중 하나일 뿐이다.

그저 무덤덤하게 헤쳐 나갈수 있는 것 이다. 그야 절대적인 성능이야 슈퍼스포츠에 비해 떨어질지 모르지만 말이다.

본격적인 린인 자세를 취하면 역시 네이키드들이 다 그렇듯, 높은 핸들때문에 조금 어색하지만

탱크의 홀딩감이 좋아서 하체는 충분히 안정적일 수 있다.

자극적이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면 4단 기어 정도로 부드럽게 와인딩을 돌아나가는 것이 가장 즐거우며,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빠르고 과격하게 와인딩을 공략해나갈 수 있다.

엔진은 어떤 기어단수에서 어떤 rpm 을 이용하든지 언제나 부드러운 반응감을 보여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출력 자체가 부드럽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저단 고 rpm 으로 코너를 돌아나간다면 리어 타이어가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코너 밖으로 벗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돌이켜 보건대, '고성능' 은 시대를 막론하고 단지 그 세글자 만으로도 언제나 라이더의 가슴을 달구어 놓았다.

그 고성능을 얼만큼 써 먹느냐와는 관계 없이 말이다. 단지 그것을 타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라이더들에게 너무나도 큰 만족감을 주는 것 이다.

하지만 이 성능을 제대로 써먹지 못하고 또 그 파워에 짓눌려서 제대로 그 고성능을 컨트롤 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스트레스만이 쌓일 뿐이라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라이더들에게 바이크는 양분화 되어 왔을지도 모른다.

컨트롤 할 수 없는 파워에 짓눌리면서도 '고성능' 에 대한 동경으로 인한 고성능의 바이크...

절대적인 성능이 부족하더라도 부담없이 컨트롤 할 수 있고, 다양한 장면에서 활용 가능한 실용적인 바이크...

그러했다... 그 중간은 존재치 않았다... 적어도 FZS1000 Fazer 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하지만... FZS1000 은 어떠한 장면에서라도 라이더에게 만족감과 고성능을 동시에 안겨줄 것 이다.

그렇지만... 결코 바이크 경험이 없는 초보자에게도 호락호락... 초보자가 쉽게 선택할 녀석은 아니다...

그렇다... 그리고 난 당신의 판단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