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Z-R... 1990년대 초반 'ZZ-R' 이란 글자만으로도 라이더들에겐 동경의 대상이었다. ZZ-R1100 은 계기반상 300km/h 를 넘는... 당시 최속의 바이크였고 그에 필적할 만한 상대는 없었다.물론 SUZUKI 사의 GSX-R1100 이 존재했지만, 개발당시부터 최고속을 염두해두고 Kawasaki 항공의 에어로다이나믹 기술을 이용한 ZZ-R1100 쪽이 최고속에 있어선 한수 위 였던 것 이다. 이후 HONDA 사의 CBR1100XX 의 등장으로 최속의 자리는 넘겨주어야만 했고, SUZUKI 사의 GSX-1300R 의 등장으로 양산바이크 순정상태로 실측 300km/h 를 넘기는 역사가 이루어졌다. 이후 Kawasaki 는 ZX-12R 을 등장시켜 실측 300km/h 오버에 동참했지만, ZZ-R 의 존재는 사라지지 않았다. ZZ-R 은 특유의 매끄러운 디자인과 큼지막한 덩치 편안한 포지션으로 이미 '최속' 이라는 것을 떠나서 많은 매니아 층을 확보하고 있었던 것 이다. ZX-12R 의 등장이후 ZZ-R1100 이 단종될거라던 처음의 소문과는 달리 계속 양산되었으며, 이후 ZZ-R1200 이 출시될 만큼 ZZ-R 은 자신만의 장르를 지키고 있었던 것 이였다.

하지만, ZZ-R1100 은 너무나도 무겁고, 뚱뚱하며, 길다. 키나 덩치가작은 사람이라든지 여성라이더, 그리고 이제 막 대배기량 바이크로 입문하기엔 가까이하기엔 너무나도 먼 당신일 뿐 인 것 이다. Kawasaki 에서는 ZZ-R1100 의 저배기량모델인 600과 400을 출시하여서 이런 불만점을 해소 시켰다. ZZ-R600/400 은 ZZ-R1100 을 빼닮은 모양에 더욱 날씬하고 매끄러운 디자인을 하고 있으며, 적당한 크기에 적당한 무게를 가지고 있다. ZZ-R600과 400은 동일한 크기와 동일한 사양, 동일한 무게를 가지고 있지만 엔진이 전혀 다른 600과 400의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ZZ-R600의 엔진은 100마력이란 출력을 내는 필요충분한 파워의 엔진이지만, 초보자가 다루기에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으며, 특히 일본내의 경우 면허제도로 인하여 400cc 급의 자리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ZZ-R400 은 600과 프레임 및 기타부위들을 공유하면서 동사의 네이킷 ZRX 와 엔진을 공유하고 있다.

짧은 휠베이스와 가벼운 무게, 고회전형 4기통 엔진과는 동떨어진 스타일의 전형적인 스포츠투어러의 모습을 한 ZZ-R600/400 은 특출난 인기를 누리진 못했지만, 1990년에 처음 등장한 ZZ-R400 의 K 시리즈는 3년간 양산되었다. 현재의 양산모델은 1993년 등장한 ZZ-R 과 동일한 디자인이다. ZX400-N 시리즈인 현재의 ZZ-R 은 10여년전의 모델체인지 이후 현재까지 별다른 변화없이 계속 같은 모델로써 팔매 될 만큼의 매니아층이 두터운 차량이기도 하다. 실제 현재 일본내수용으로 일본메이커에서 제작하여 발매하는 풀카울링 400급 바이크는 ZZ-R400 이 유일하다. 일본내에선 1980년대말과 1990년대 초반 풀카울링 바이크들이 큰 인기를 누렸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 네이킷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치솟으며 풀카울링 바이크들은 더이상 설자리가 없었고 결국 메이커들은 풀카울링 바이크를 단종시켜 버렸다. CBR400RR, GSX-R400R 등도 모두 이렇게 해서 단종된 바이크이다. 처음부터 큰 인기를 누리지는 않았지만 꾸준한 판매를 보이며, 풀카울링 바이크의 인기가 식어버린 지금까지도 400급에선 유일하게 일본내수판매를 하고 있다는 것...그것은 이 녀석의 성격을 대변해주는 것 이다. 특출난 부분은 없지만 어디하나 부족한 것 도 없는... 완성도 높은 차량이란 것 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ZZ-R 을 매우 좋아한다. 지금에서도 ZZ-R1100 을 GSX-1300R 이나 ZX-12R 보다도 훨씬 좋아한다. ZZ-R 특유의 돌고래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은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사실 바이크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던 어린 시절... 더블엑스도 하야부사도 존재치 않았던 시절... ZZ-R1100 은 단지 '300km/h' 란 단어 하나만으로 필자에게 동경의 대상이었고, 이후 필자를 바이크의 세계에 끓어들인 많은 이유중 하나가 바로 ZZ-R1100 이란 녀석의 카리스마에 대한 동경때문이였다. 그만큼 필자는 ZZ-R 을 좋아한다... 아이러니하게도 ZZ-R 을 소유해보진 못했지만 말이다.

ZZ-R400 을 처음보면 그 덩치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오버리터급 바이크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400' 이란 단서를 붙인다면 매우 크다. 사실 ZZ-R600 또한 600급 바이크중엔 꽤나 큰 덩치인데, 그 차체 그대로에 400급이니 그 덩치는 굳이 눈으로 보지않더라도 상상할 수 있을 것 이다.그저 외관만을 대충 훑어본다면 이게 몇 cc 인지 아무도 알 수 없을 정도... 일반인들에겐 1,000cc 라고 해도 믿을만큼 그 덩치는 위풍당당하다.

또한 매우 미려한 디자인의 카울링은 ZZ-R400 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 이다. 큼지막하고 커다란 어퍼카울과 스크린에서 부터 이어지는 곡선은 연료탱크를 지나 덩치에 비해 낮은 시트를 지나 매끄럽게 테일램프까지 이어진다.

스포츠투어러란 무엇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최신 스포츠투어러들은 너무 슈퍼스포츠 바이크들에 가깝게 변해가 둘의 경계가 애매모호해지고 있는데, ZZ-R 은 여전히 'F 차는 이런것' 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이젠 구식이 되어버린 싱글헤드라이트는 차분하면서도 점잖은 모습을 하고 있으며, 백미러는 최신 바이크들에 비해서는 무식할만큼 뚱뚱해보인다. 또한 스크린도 꽤나 위로 올라와있고...하지만 이런 디자인 자체가 ZZ-R 의 매력이다. 남들의 변화에도 아랑 곳 하지 않고 자신의 컨셉을 고집하는 디자인...  최신 바이크들이 너무 발전했을뿐... 현재 양산모델은 이미 10년이 넘게지난 디자인이지만 아직 그 디자인은 빛이 바라지 않는다. 턴시그널램프(깜빡이) 는 카울에 내장된 스타일로 매끄러운 바디의 흐름에 동조하고 있다. 또, 400급 4기통 풀카울링바이크에선 찾아볼 수 없는 트윈머플러는 이 녀석의 박력을 한층 더 해주고 있다. 400급중에서 뒷 모습은 가장 박력있다고 자신있게 말할수 있다.

ZZ-R400 에 앉아본다면 '400급의 비좁음' 이란 것은 찾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400급 바이크는 작은 덩치로 인해서 키가 큰 사람이 탄다면 매우 비좁은 포지션을 보여준다.

하지만 ZZ-R 은 그렇지 않다. 역시 600급과 공유하는 차체에서 오는 포지션의 넉넉함은 기존 400급 바이크의 그것과는 차원이 틀리다.

키 180cm 의 필자에게도 좁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오버리터급 처럼의 여유는 있지 않지만 말이다. 핸들은 꽤나 높은 편 으로, 키 180의 필자에겐 거짓말을 조금 더 보태면 780mm 의 낮은 시트고로 인해 거의 업라이트 핸들의 일반적인 네이킷 수준의 포지션을 보여준다. 또한 스텝도 비교적 앞쪽으로 그리고 낮게 설정되어 있어서 장시간 주행시에도 하체에 무리가 오지 않을 법 하다. 시트도 매우 푹신한 편이라서 스포츠투어러란 것을 세삼 깨닫게 된다. 미러한 곡선의 연료탱크또한 매우 자연스러운 니그립을 유도하고 있다.

좌측 사진의 라이더는 키 170cm 정도이다. ZZ-R400 의 넉넉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상체는 네이킷 바이크의 포지션과 동등할 정도로 일어서 있으며, 스텝의 위치도 네이킷 바이크의 그것에 가까울 정도로 편안한 포지션이다. 중요한 것은 400급이지만 바이크가 매우 커 보인다는 것 이다. ZZ-R400 은 저정도로 넉넉하고 또한 편안한 포지션을 제공해준다.

계기반을 바라보면 '역시 스포츠 투어러!'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된다. 마치 자동차 대쉬보드를 보는 듯이 깔끔하게 매꿔져 있는 계기반은 슈퍼스포츠 바이크들이 계기반의 무게마져도 줄이기 위해서 슬림, 경량화를 시키는것과는 대조적 이다.

넓적한 대쉬보드(?) 안에 동그랗게 사이좋게 자리잡고 있는 각종 미터류들은 너무나도 마음에 든다. '기계' 라는 느낌보단 '전자제품' 이란 느낌이 강한 최신 슈퍼스포츠 바이크들의 계기반은 필자의 가치관에 있어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ZZ-R 은 그와 반대로 '기계' 란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계기반이다. 정말 바이크다운... 그리고 스포츠투어러 다운 느낌이다.

좌측부터 연료잔량게이지, 스피드미터, 타코미터, 수온게이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스피드미터내에는 적산거리계(Odo-Meter)와 트립미터1(Trip-Meter)를... 타코미터내에는 트립미터2 를 내장하고 있다. 그렇다... 트립미터(구간거리계)가 2개가 존재한다. 최신 바이크들이야 전자식 계기반을 채용해 속도도 디지털 액정으로 숫자를 표시하며... 거리또한 디지털로 나타내기에 버튼을 누르면 화면이 전환되며 트립미터1,2 가 전환되거나 하지만

이 녀석은 기계식 방식을 채용하면서도 트립미터를 2개나 갖추고 있는 것은 역시 스포츠투어러 답다. 멀리 여행을 갈때에 매우 편안한 장비임에 분명하다. ZZ-R400 도 최신모델이 들어선 계기반의 거리계가 디지털로 바뀌긴 하였다. 시승차량은 일본내수용 모델로써 스피드미터는 190km/h 까지만 표기하고 있다. 참고적으로 수출용 모델의 경우 260km/h 의 풀스케일 계기반을 채용하고 있다. 타코미터는 16,000rpm 까지 표시하고 있으며, 레드존은 14,000rpm 부터 시작된다.

핸들스위치류를 살펴보면 평범한 구성을 하고 있지만, 일본내수용답게 헤드램프 ON-OFF 스위치가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또 비상깜빡이(4개의 턴시그널램프가 동시에 점등되는..) 스위치를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초크레버는 평범한 위치인 좌측 핸들에 위치하고 있는 방식이다.

메인키를 꼽고 키를 돌려 이그니션-온을 시킨다. 좌측 핸들에 장착된 초크레버를 당긴후 엔진 킬 스위치의 ON 을 확인하고 스타터 버튼을 눌려본다.

메마른듯한 거친 배기음을 트윈머플러에서 뿜어내며 ZZ-R400 은 그렇게 잠에서 깨어난다. ZZ-R400 을 거의 1년가까이 매 계절마다 자주 타보았지만 겨울에 시동성이 다소 나쁜것을 제외한다면 그리 나쁜 시동성은 아니다. 장시간 주차가 아니라면 겨울에도 시동성엔 전혀 문제가 없는 수준...

아이들링은 그리 나쁜 수준은 아니다. 다만 엔진의 열이 제대로 받지 않았을때는 조금 불안한 감이 있지만, 이는 큰 문제삼을 필요는 없다.

클러치레버를 잡고 1단기어를 넣어본다. 미션의 감촉은 썩 매끄럽지 못하다. 시승차량뿐 아니라 필자가 타본 ZZ-R400 이 모두 그러했다. 변속된다는 느낌은 강렬하지만 기어 감촉이 그리 매끄럽지 못해서 썩 유쾌하진 않다. 물론 느낌이 그러할뿐 메커니즘상으로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케이블식으로 된 클러치의 레버의 장력은 적당한 수준이다. 쓰로틀을 서서히 감으며 클러치를 천천히 놓으며 노면을 박차보면, 가와사키차량 치곤 의외로 저속토크가 꽤나 있다. 사실 ZZ-R400 의 엔진은 자사의 네이키드 ZRX 와 같은 계열의 엔진이다. 이 엔진은 가와사키의 병렬4기통 수냉엔진중 가장 정숙하고 저속토크가 좋은 엔진중 하나이다. 특히 ZZ-R400 은 8.6리터의 초대용량 에어크리너박스를 채용하고 있어서 전 영역에서 고른 토크를 뿜어내는 엔진으로 유명하기도 하다.토크는 어느정도 있지만 차량의 무게가 400cc 바이크란걸 감안하면 꽤나 무거운 195kg (최근 모델은 환경규제 통과를 위해 각종 장치 장착으로 197kg 이다) 이기에 쓰로틀을 감아도 가속력이 눈에 띄게 빠르지는 않다.

하지만 2~3,000RPM 으로 출발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195kg 의 차체가 움직인다는 것은 운전자로 하여금 고 rpm 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여유감을 가지게 된다.

이대로 풀 가속을 해보면 rpm 은 매끄럽게 상승한다. 출력곡선도 자사의 ZXR400 과 비교하자면 꽤나 완만한 수준이다. 즉 상승하는 엔진회전에 비례해 꾸준히 출력과 토크가 상승한다는 것 이다. 하지만 미세하게 느껴보면 7~8,000RPM 을 경계로 강렬하게 출력이 상승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기부터 레드존까지가 본격적인 파워밴드인 듯 하다.이 상태로 레드존 직전까지 가속해보면 1단에서 약 70km/h, 2단에서 105km/h, 3단에서 140km/h, 4단 165km/h 를 낼 수 있으며, 5단에선 이미 계기반의 표시한계영역에 도달한다. 각 기어단수별로 낼 수 있는 속도가 예상외로 높지 않은데, 이는 동급 레플리카계열의 바이크들에 비해 rpm 을 2~3,000rpm 가량 적게 쓰며 또한 무게로 인한 기어비의 설정때문에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무게때문인지 스타트라인을 박차는것은 비교적 둔하지만 일단 탄력을 받기 시작하면 맹렬히 가속해나가서, 스피드미터의 바늘은 150km/h 는 우습게 벗어나버린다.

53마력의 파워에 195kg 이란 무게는 결코 가볍진 않지만, 어느정도 직선거리만 있다면 계기반상최고속인 190km/h 에 도달 가능하다.

또, 같은 속도에서 느끼는 안정성이나 공기저항은 동급 최강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195kg 이란 무게는 가속성능에서는 핸디캡으로 작용하지만 고속에서의 안정성에서는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이다. 또한 커다란 카울과 스크린은 라이더를 주행풍으로 부터 적극적으로 보호해준다. 살짝 앞으로 숙여 스크린 뒤로 숨어보면 고속이란 속도가 무색해질 정도로 공기저항을 느낄 수 없다. 역시 '스포츠 투어러' 란 말이 실감이 간다. 특히나 필자의 애마인 XJR1200 에서 옮겨타보면... 공기저항의 차이는 극과 극의 수준이다. 이정도라면 장거리를 고속으로 이동하기에도 필요충분하리라 생각한다. 바이크가 고속도로를 올라갈수 없는 국내 현실이 안타까울 뿐.. ^^

국도를 무덤덤하게 크루징해보면 6단 80km/h 정도에서 5,300rpm 쯔음을 가르킨다. 이 상태로 달리다 앞차를 추월하거나 하려할땐 힘부족이 다소 느껴지지만, 어느정도 가속거리만 확보한다면 추월이 가능 할 정도... 195kg 의 무게가 핸디캡으로 작용하지만 그만큼 중저속으로 셋팅된 엔진이 적절한 토크를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분한 가속력을 얻기위해선 쉬프트 다운이 필수적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쉬프트다운후 쓰로틀을 열어 재가속하면 2개의 사일렌서에서 뱉어내는 건조한  배기음이 자극적이다. 상체를 굳이 극단적으로 탱크위에 붙이지 않더라도 살짝 숙여주는 포즈만 취한다면 주행풍으로의 압박에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마음먹고 탱크위에 고개를 붙여 커다란 스크린에 파묻혀 보면 180km/h 에서도 공기저항을 별달리 느낄 수 없다. 잘 닦여진 국도에서 크루징 한다면 150km/h 정도도 부담 없이 주행 할 수 있다. 다만 400급이라 rpm 을 많이 쓰고 있다는게 조금 아쉬울 뿐 이다. 고속주행에서의 안정감이나 직진주행성, 방풍성능은 동급최고라고 감히 말하겠다.

브레이킹성능은 이쪽계통의 바이크 답게 터치감이 풍부하며 자극적이지 않은 느낌이다. 레버에 손만 가져다대도 이미 제동을 시작하는 슈퍼스포츠 계열의 바이크와 달리 손가락에 힘을 주어서 레버를 쥐는만큼 비례해서 작동하는 감촉은 역시 라이더에게 피로감이 없는 이쪽계통의 전형적인 특성이다. 실제 300mm 의 디스크와 복동식 4포트 캘리퍼를 더블로 장비한 ZZ-R400 의 제동력은 스펙에 비해서는 다소 떨어지는 인상이다. 스펙만으로 본다면 꽤나 우수할 법 하지만, 역시 F차다운 설계방침일까? 아니면 오래전 설계를 그대로 이용해서 일까? 스펙에 비해서 뒤쳐지는 제동력일진 몰라도, 녀석의 특성을 감안하면 필요충분한 제동성능임에는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정립식 인너튜브구경 41mm 의 프런트포크또한 슈퍼스포츠 계열 바이크에 비해서 다소 소프트한 설정으로 제동시에 프런트가 풍부하게 스트로크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제동시의 느낌은 강력하다기 보단 매우 풍부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다. 리어브레이크는 240mm 디스크와 단동싱글포트 캘리퍼를 채용하고 있는데, 제동력은 의외로 풍부한편, 락이 그리 잘 되는 설정은 아니다. 차량 특성상 슈퍼스포츠계열에 비해서 뒷쪽에도 어느정도 실리다보니, 리어브레이크를 이용하는 정도가 조금 더 많다고 해야할까? 자극적이거나 신경질적이지 않으면서도 풍부한 브레이킹감촉은 정말 이쪽 장르 바이크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듯 하다.

이는 코너에서도 그대로 작용한다. 코너 진입전 브레이킹을 하면서 속도를 줄이고, 브레이크의 해제와 함께 선회를 시작해보면 슈퍼스포츠처럼 딱딱 맞아들어가는 날카로움과는 달리, 풍부한 서스펜션의 느낌과 브레이킹감과 어우러져서 끈끈하면서도 매끄럽게 선회하기 시작한다. 물론 스포티하게 타기에는 부적절한 설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녀석은 '와인딩' 에만 목숨을 거는 '슈퍼스포츠' 계열의 그것과는 본질적으로 틀린 컨셉을 가지고 있는 모델이다. 녀석의 장르를 생각해본다면 이는 매우 절묘한 설정이며,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로써는 매우 만족스럽다.

녀석의 안정감은 코너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긴차체나 휠베이스, 무거운무게로 인해서 실제 회전반경이 길지만, 정해진 라인을 따라서 묵묵하고 묵직하게 선회해가는 것 이다. 신경질적이지 않은 엔진반응은 코너에서도 절묘한 밸런스를 보인다. 부담없이 진입해서 부담없이 풀 가속을하면서 탈출 할 수 있는 것 이다.

코너링속도도 실로 빠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흔히 말하는 '레플리카' 의 그것처럼 날카롭지는 않다. 칼로 배듯이 날카롭게 돌아가는 그것과는 틀리게 부드럽게 누워서 묵직하고 끈끈하게 방향을 바꿔나가는 스타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둔한 코너링이란 것은 아니다. 의도하면 의도한만큼 그 라인을 꾸준히 유지하며 돌아가는 특성이다. 입력한것에 비해서 너무 많이 혹은 너무 작게 출력해내는 것과는 틀리다. 입력하면 입력한만큼 출력해내는 진솔한 특성이다. 굳이 행-오프 자세를 취하지 않더라도 린위드나 가벼운 린인자세만을 취하더라도 매끄럽게 회전해나간다. 안정감을 동반한 코너링을 제공하기에 별 생각없이 돌아나가다보면 금방 바이크의 뱅킹각의 한계에 부딪히고 만다. 메인스탠드가 의외로 쉽게 노면과 마찰을 하는 것 이다. 그만큼 부담없이 녀석의 뱅킹한계영역까지 끌어낼 수 있는 것 이다.

물론 이보다 빠른 속도로 코너를 공략하기 위해서 '행오프' 자세를 취하더라도 녀석은 별다른 불평없이 돌아가준다. 다소 높은 핸들로 인한 어색한 포즈에 쓴 웃음이 지어지긴 하지만 말이다.코너와 코너사이의 가속구간이 거의 존재치 않는 연속코너로 이루어진 구간에서는 녀석의 둔한 몸놀림이 다소 불평스럽기도 하지만, 조금 활기차게 다루어준다면 크게 불평은 없다. 하지만 연속코너에서 라이더가 의도하면 의도한 대로 바로따라와주는 400급의 가볍고 경쾌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듯한 느낌이다. 어디까지나 한템포 여유있게 따라와주는 느낌이다.

눈으로 보기에도 편안해 보이는 시트는 운전자와 동승자의 시트가 일체형으로 되어 있다. 도한 그 높이차이가 크지 않다. 이 때문에 탠덤시에도 탠덤라이더도 안락한 승차감을 함께 느낄 수 있다. 또한 탠덤시트 좌우로 존재하는 화물적재를 위한 짐고리는 감동을 자아낸다. 역시 '스포츠 투어러' 답다. 스포츠 투어러란 이래야 한다. 실용성이란 것이 언제나 고려되어 있어야 하는 것 이다.

이는 탱크의 옆을 살펴보아도 느낄 수 있는데, 탱크의 좌축에는 키로 계패가능한 수납공간이 존재한다. 고속도로 통행이 가능한 국가라면 고속도로 통행권이나 잔돈등을 넣을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이다. 국내에서는 아쉽게 고속도로를 주행 할 수 없지만, 유료도로 구간에서 유용하게 사용 가능 하며, 담배등을 수납하기에도 더 없이 고마운 공간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국내에서도 최근 들어서 '스포츠성' 보다는 '실용성을 겸한 스포츠성' 을 찾아가는 추세이고, 이는 네이키드 바이크의 선호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도 짐작 할 수 있다.

하지만 네이킷의 공기저항과 들어나보이는 모습이 싫다면... ZZ-R 이란 녀석으로 마음을 돌려보길 바란다.  물론 400급이 아니라면 '스포츠투어러' 란 녀석은 더 없이 많다.

하지만 입문용으로 혹은 400급의 뛰어난 기동성과 유지비등을 고려한다면... ZZ-R400 은 더없이 좋은 당신의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 이라 감히 말하고 싶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아무런 변화없이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는 것은 이에 대한 가장 확실한 답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