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igy의 여행. 2004.09.15~2004.09.15

여행기 얼른 쓰고

하고픈거 하자.

2004. 10. 27 오후 9시 쯤

[9월 14일 22시]

'정동진에 일출 보러 가려면 새벽에 일어나야 한다. 그런데 알람시계도 없고... 혼자서 일어날 자신이 없네? 그럼 어쩌지? 음... 어쩌긴 안자면 되지 캬 캬 캬 난 촌재야~ -.-/'

Kma.go.kr 접속

'얼씨구.. 16일에 비 온다고? 15~16일에 소백산에 가려고 했는데.. 비가 온..다....고.....라.....'
소백산 목장에서 야영하는 것은 취소하고 내일은 천안에 있는 친구집에 가기로 했다.

Onroadzone.com 접속

'오늘은 대화방에서 놀아도 재미가 없고.. 글도 봤고.. 사진도 봤고.. 할 게 없네.. 그나저나.. 여행하면서 컴퓨터를 너무 많이 하는거 아냐? ㅋㅋㅋ'

s*y*l*b.com 접속

평소에 채팅을 안하는 편이지만 오늘은 너무 심심해서 채팅사이트에 접속했다. 어쩌다 보니 대화방에 나보다 나이가 몇 살 많은 남자분이랑 남게 되었는데 그 분하고 새벽 4시까지 채팅을 하게 되었다. 주로 인생과 사회에 대해서 이야기도 하고 여행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채팅을 하면서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오늘은 운이 좋았다.
'사람만나는 맛에 여행을 나왔더니 채팅을 해도 괜찮은 사람을 만나네. ㅋㅋ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 그 이상이라니까 ㅋㅋㅋ'

[9월 15일 04시]

  2시가 넘어서부터 피곤하고 잠이 오기 시작했다. 그걸 지금까지 버텼지만 더 이상은 힘들 것 같았다. 게다가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지하에서 담배연기가 섞인 탁한 공기를 마시고 있으려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나는 요금을 지불하고 짐을 챙겨서 피시방 밖으로 나왔다. 기지개를 크게 켜며 바깥공기를 들이마셨다.
  '으~~~~~아~~~~'
  찌뿌듯한 느낌이 사라지고 정신도 맑아졌다.
  '이 정도 몸 상태면 운전을 할 수 있겠는데? 약간 잠이 오긴 하지만.. 안되면 가다가 쉬지 뭐~'
  나는 7번국를 타고 정동진을 향해 달렸다.

[정동진]

  오는길에 하늘을 봤는데 아무래도 구름이 많이 보인다. 빗방울이 조금 떨어지기도 했다.
  '재수 없으면 일몰 못보는거 아냐? 으...'
  정동진에 도착해 해변가로 들어가는 길을 찾아다녔다. 시간이 얼마나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어둠이 짙게 깔려서 정동진의 지리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길가에 사람도 없어서 길을 물어볼 수가 없었는데. 그래서 편의점을 찾아갔다. 과자와 빵을 하나씩 사면서 직원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 해 뜨는거 보려면 어디로 가면 좋아요?"
  "일출 보러 오셨어요? 정동진역이나 저~리로 가면 해수욕장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습니다. 그나저나... 며칠동안 일출이 안보이던데.. 오늘도 구름이 많아서 일출을 보기 힘들지도 몰라요. 날씨를 미리 확인하고 오셔야 볼 수 있어요."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편의점 직원에게 들은대로 길을 찾아갔더니 정동진역이 나왔다. 나는 광장 구석에 RX를 세워두고 역앞 광장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빵을 먹으며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하늘은 아직 새벽이라기 보다 밤에 가까웠다.
  '일출 보려면 멀었군. 내가 너무 일찍 왔나? 에구... 잠온다...'
  나는 빵을 먹으면서 정동진역 근처를 둘러봤다. 역 앞에는 작은 광장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무언가 음식을 파는 가게가 있었다. 분식집이었나? 헷갈리네. 아무튼 광장 한 쪽에는 나와 RX가 있고, 그 반대쪽에는 할머니 10여명 정도가 모여 계셨다.
  '뭐하시는 분들이지? 청소하러 나오신 분들인가? 옷차림이 동네사람 같은데... 음..'

  잠시 후.. 역으로 기차가 들어왔고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정동진역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적어도 30~40명은 넘어 보였다.
  '힉~ 뭐하러 이리 많이 왔다냐? 다 일출보러 온건가? _-_;;'
  사람들이 역 밖으로 나오자, 아까부터 광장에서 모여있던 할머니들이 벌떡! 일어서시더니 사람들에게 가서 뭐라고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 사람 저 사람 다 잡고 말을 걸더라.
  '엥? 뭐하는 할머니들이냐? 구걸하나?'
  순간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사람이 생각났다. 나는 그 할머니들이 하는 말에 귀를 귀울였다.
  "학생~ 여기 자고가요. 방 있어요. 처녀~ 여기 자고가가요. 총각~ 여기 자고가요."
  그 할머니들은 지나가는 사람에게 자고 가라며 권유를 하는 것 같았다.
  '풋~ 여자한테도 자고가라는거 보니까 미아리 같은 곳은 아닌거 같은데.. 남자도 대기하고 있나? ㅋㅋㅋ 그냥 여관같은데서 나온거 같은데... 좀 희안한 여관이네? 푸하하하'
  '아가씨들 대기하고 있으니 자고 가라'고 사람들 꼬시는 할머니들이 갑자기 연상되더라.
  'ㅋㅋ 어쨋든 저 할머니들 입장은 '이렇게라도 먹고 살아야 한다.'겠지.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먹고살 수 없나? 과거에 어떻게 살아왔는지 안봐도 뻔~하다~ 뻔해~ 왜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 저런식으로 먹고 살려고 하는 걸까? 저런 노인도 공경해줘야 하냐? ㅋㅋㅋㅋㅋ'
  기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정동진역을 다 빠져나가자 할머니들은 다시 한 곳으로 모이더라. 그런데 할머니 한 분이 나에게 오시더니
  "총각. 피곤한데 자고 가요."
  'ㅋㅋㅋㅋ 내가 피곤한지 않한지 어떻게 알아요? ㅋㅋㅋ 총각인 것도 어떻게 아는데요? ㅋㅋㅋ'
  "자고 가도 되요?"
  "그럼~ 자고가면 되지~"
  "가서 그냥 자도 되요? ^^"
  "-.-;;;;;;;;;;;;;;;;;;;;;;;;;;;(머뭇머뭇) 아.. 자고 가라니까... (화당한 기색)"
  "돈 내야 되잖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이구~ 젊은 사람이 무슨 말을~ 당연히 자는데 돈을 내고 자야지 (뒤를 한번 돌아보고)"
  "돈 내고 자라는 말 없었잖아요."
  "자는데 돈을 내고 자는건 당연하지~! 들어가서 자고 가요."
  "돈 없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돈 없다는 말을 하자마자 할머니는 휙 돌아서 다른 할머니들이 계신 곳으로 가셨다.(이거 존댓말을 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되네.. 존댓말 썼다가 안썼다가 -.-;;;)

'저 할머니들이 무슨 핑계를 대면서 자기들의 행동을 합리화 시킬지는 모르겠지만.. 참... 나이 든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역시 나이를 먹는 것과 사람의 가치는 정비례하지 않는다니까. 나이가 들었으면 젊은이들에게 지혜를 가르쳐주고 베푸는 것이 사회의 발전에 보탬이 되고 어른으로서 가치를 지니게 되거늘.... 쯧쯧.... 저게 뭐하는 짓이냐... 관광지나 더럽히고!!!'

  그러고 보니 빵을 다 먹어 버렸다. _-_;;
  '아... 배고파 ㅠ.ㅠ 과자만 남았네.. 과자는 역 안에서 일출을 기다리면서 먹어야지~'
  나는 짐을 들고 역 안으로 들어갔다. 500원인가? 돈을 내고 역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역 안에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분위기를 보아하니 일출을 보러 온 사람들 같았다.

그리고..... 커플들이.. 사진도 찍고 막 뛰어다니면서 즐겁게 놀기도 하더라....

  '으윽!!!!!!! 여기서도 커플들이 염장질을 하네!!!!!!!! -.-+ (빠직) 그래봤자 느그는 과자 없지? 난 과자도 먹는다~ (열나유치 _-_;;)'
  역 안에 있는 의자에 짐을 놔두고, 나도 사진을 찍으려고 디카와 삼각대를 꺼내들었다. 처음에는 정동진역 건물을 찍으려고 했다. 정동진에 갔었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 앞에서 커플들이 사진을 찍는다고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사진 찍기가 싫어졌다. _-_;;
  '내가 느그들 사진 찍어주러 여기까지 온 줄 아냣!'
  그래서 사람이 아무도 없는 쪽을 향해 사진을 찍어 버렸다. -.-+

* 사실은 정동진 역을 찍으려 했는데 내공 부족으로 찍지 못했다. 그래서 다른 대상을 연습삼아 찍게 되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남은 사진이 이거 뿐이더라.

나는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앉아서 과자를 먹으며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일출을 기다렸건만.. 이런건 뜨는데 해는 안뜨더라.

  시간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아직 하늘은 어둡기만 했다. 나는 꾸벅꾸벅 졸면서 일출을 기다렸다. 계속 기다렸다. 잠시 후.. 하늘이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긴장을 하고 벌건 해가 하늘로 떠 오르기만을 기다렸다. 하늘은 점점 밝아졌다.
  '이제 해가 나올 때가 되었는데... '
  잠시 후..
  '이제는 정말 때가 되었는데......'
  나는 사진찍을 준비를 하면서 해가 보이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하늘만 서서히 밝아졌을 뿐,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일몰을 보러 서해에 갔었지만 결국 보지 못했다....(강화도) 그리고 일출을 보러 동해에 왔지만 결국 보지 못했다....(정동진) 이게 뭐냐 _-_;; 날씨 때문이야!! 왠 가을에 비가 이리도 많이 오고 난리야!!'
  하지만 날씨 탓을 할 수가 없다. 인간이 지구를 아프게 만들어서 이런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싫어요. 비구름도 싫어요. 코너도 싫어요.]

  일출을 보지 못하는데 정동진에 남아있을 이유는 없었다. 게다가 정동진 일대의 하늘에는 비구름이 떠 있었기 때문에, 이 지역을 빨리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서둘러 출발했지만 정동진을 벗어나기도 전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젠장. 비 안맞아도 추은데... 비까지 맞으니까 더 춥잖아 ㅠ.ㅠ'
  참고로 날씨가 정말 쌀쌀했다. _-_;;

  나는 잠시 달리다가 갓길에 RX를 세웠다. 옷을 갈아입기 위해서다. RX에서 내리니까 또 저~ 멀리 보이는 집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빌어먹을 개. 너무 예민한거 아니야? _-_;; 이젠 신경도 안써!'
  나는 자켓, 부츠, 디카를 배낭에 넣고 티셔츠와 바지도 갈아입었다. 한 마디로 팬티빼고 다 갈아입었다. 내가 옷을 갈아입는 동안, 개가 짓는 집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걸어나오시더라. 그리고는 나와 3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가만히 서서 나를 그냥 쳐다보기만 하시더라. 나는 옷을 갈아입으면서 그 할아버지를 힐긋 쳐다봤다. 가까이서 보니까 그 할아버지께선 한 쪽 눈이 없으시더라. 움직이지도 않으시고 아무말도 안하시면서 계속 날 쳐다보시는데.. 그 분위기가 적응이 안되더라. 그래서 내가 말을 걸었다.
  "왜 그러십니까? 무슨 일이라도..?"
  "아니. 개가 짖길래 나와봤지."
  "아... 비가 와서요. 제가 옷만 갈아입고 바로 갈거에요. 아무일도 아닙니다. 아참.. 여기서 '옥계'까지 얼마나 멀어요?"
  "옥계? 음.. 거기.. 200KM 정도 더 가면 나와. 별로 안멀어."
  '엥? 200KM? _-_;; 200KM면 부산에서 서울까지의 1/3이랑 비슷한 거린데... -.-;; 음.. 이 분께 물어선 안되겠군..'
  "네. 감사합니다. (__)"
  나는 옷을 마저 갈아입고 가던 길을 재촉했다. 재촉이라 해봤자 비가오고 춥고 산길이라서 40km/h정도로 달린게 다다. 달리다 보니 이정표가 나왔다.

'옥계 22KM'

'할아버지께서 실수 하셨나 보군.. 22KM 남았다네. ㅎㅎ 다행이다. 200KM가 아니라서 ㅋㅋㅋㅋㅋㅋ'

우리나라 지형을 떠올려 보면, 동해안을 따라 산맥이 길게 뻗어있다. 지금부터 그 산맥을 넘어 서쪽으로 달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약간 아찔하기도 하고, 기대 되기도 하더라.

내가 산을 넘으면서 겪은 일이라고는 자연을 보고 느낀 것밖에 없다. 자연의 모습을 표현하기에 사진이 좋은 것 같다. 내가 봤던 모든 것을 사진에 담아올 수는 없었다. 그리고 좋은 사진을 찍어올 수도 없었다. 다만 나름대로 성의껏 찍어온 사진으로 그 표현을 대신하려 한다.

느껴봐~ Woo~ _-_;;

이 정도는 양호하다.

이 정도가 보통이다.

뽀너스 샷~!

[담배]

내가 이 이야기를 쓸까 말까 고민을 했다. 이 이야기가 단지 우스갯소리나 모자란 사람을 비하하는 것 처럼 될까봐 염려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여행기를 쓰는 의도에 벗어난 다른 의도를 가지고 이 이야기를 쓰는 것이 아니다.

지역은 기억나지 않는다. 어느 지역을 지나고 있었다. 내가 달리고 있는 차선의 맞은편에서 어떤 사람이 나에게 손을 흔드는 것을 보았다. 그 손에는 무언가 들려 있었다.
'물건을 파는 사람인가? 난 안살건데~~ ㅋㅋㅋ

음.. 근데 뭐하는 사람이지? 물건을 파는 것 같지는 않은데?

심심한데 뭐하는 사람인지 가서 볼까?

혹시 그 사람이 다급한 상황일지도 모르잖아..

나쁜 사람이면 어쩌지?

음... 혼자 있는거 같던데..

까짓거 위험하면 도망치면 되잖아. ㅋㅋㅋ

심심한데 가보자. ㅋㅋㅋ'

  처음에는 그 사람이 물건을 파는 사람인 줄 알고 그냥 지나쳤다. 하지만 호기심이 발동해 버려서 그 사람에게 관심이 생겨 버리고 말았다. 내가 그 사람에게 말을 걸어보기로 결정한 때는 이미 그 사람을 지나쳐서 100m이상을 달린 후 였는데.......
  '되돌아가면 되지 뭐. ㅋㅋㅋ 여행 때 아니면 언제 이래보겠어? ㅋㅋ'
  나는 길을 되돌아가서 그 사람에게 다가갔다. 얼핏 보기에 그 사람은 어딘가 좀 불편해 보였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ㅁ너ㅗㅔㅎㅁㄴ엏벶댛로레매너렌ㅍㅌ,커펩ㅈㄷ개ㅔ"
  '어라.. 이 사람 말을 잘 못하잖아... 머리가 아픈가...'
  그 사람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인거 같았다. 그 사람은 나에게 무언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나는 그것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손에 든 것을 나에게 주면서 가지라고 하는 것 같았다.
  "네? 이거 저보고 가져라구요?"
  "(고개를 끄덕이며)에 에 베잳ㅎㄻㄴ;ㅇ"
  "그냥 주시는거에요? 왜 그래요?"
  "(고개를 끄덕이며)에 에 리ㅏㅓㅈ다ㅓㅇㅁㄷㄹ"
  분명 나의 말은 알아듣는 것 같았다. 손에 든 것을 나보고 가지고 가라고 하는건 분명한거 같았다. 하지만 그 이유까지는 알 수 없었다. 이유를 말하는 것 같았지만 내가 해석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물건을 받아보았다.
  '뭐지?'

  그것은 바로 담배였다.
  '나 담배 안피는데... ;;; 이런게 쓸모 있으려나.. ;;;'
  그 사람은 나에게 담배를 주면서 가져가라고 했다.
  "이거 진짜로 저에게 그냥 주시는거에요? 공짜로? 그냥 가져가라구요?"
  "(고개를 끄덕이며)에에에 ㅔㅈ3ㅔㅂㄴ라ㅣㄴㅁㅇㄹ;ㄴㅁㅇㄹ"
  '이거... 나중에 시골 할아버지들께 드리고 밥을 얻어먹던가 해야지 _-_;;'
  "음... 그럼 고맙게 받을께요."
  "(꾸벅꾸벅 인사를 하며) 고마세헤하" (뭐 이런 비슷한 발음으로 들렸다. 고맙습니다.)

[졸음운전]

충주에 도착하기 전에 있었던 일이다.

  산을 넘고나니 평지가 나왔다. 이제는 고속도로에 뒤지지 않을 만큼 좋은 길이 나왔다. 가만히 앉아서 스로틀만 잡고 직진만 하면 될 정도로 길이 좋았다. 어차피 60~80km/h로 주행했기 때문에 아주 여유롭게 운전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강원도에 비해서 날씨가 따뜻하여 덜덜 떨 일도 없었다. 마침 도로에 차도 없어서 나 혼자 달리는 시간이 많았다. 날씨 좋지, 길 좋지, 스로틀만 잡고 가만히 있으면 되는 이런 상황에서 긴장이 풀리는건 당연한 일일까? 서서히 긴장이 풀리고 몸이 나른해지더니 결국은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작년에 졸음운전을 하다가 사고날 뻔 했기 때문에 나름대로 졸음운전에 대해 긴장을 하고 있었다.
  '조금만 참다가 안되겠으면 갓길에서 좀 자다가 가자.'
  나는 헬멧 쉴드도 열어보고 눈에 힘도 줘봤지만 감기는 눈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잠을 깨려고 헬멧 쉴드를 열었더니 주행풍에 눈을 뜨기가 더 힘들 뿐이었다. 60~80km/h의 주행풍에 눈 뜨기가 힘들다는 것은, 그만큼 피곤하다는 뜻이다.
  '오래 못가겠다.. 쉴 만한 곳을 찾아야 되는데..'
  나는 쉴 곳을 찾으면서 계속 달렸다.

기억없음

  얼마 동안 인지는 모르지만 잠깐 졸았다. 내가 졸았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기억이 끊겼다는 것을 느껴서, 내가 졸았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엇.. 졸면 안되는데...'
  잠시 후..

기억없음

  얼마 동안 인지는 모르지만 또 졸았다.
  '아.. 이거 안되겠다. 위험하다. 2번이나 졸다니... 미쳤어! 미쳤어! 지금 당장 쉬어야겠다.'
  나는 당장 RX를 갓길에 세웠다. 그리고 RX에 앉아서 핸들 위에 엎드린채 잠이 들었다.

  'Zzzzzzzz'
  .
  .
  .
  .
  .
  .
  얼마를 잤을까? 시계가 없어서 모르겠다. _-_; 아무튼 자고 일어나니까 좀 나은 듯 했다.
  '자고 나니까 좀 낫네.. 이제 잠이 안온다. ㅎㅎㅎㅎㅎ 다시 가자 ^^'

잠시 후...

기억없음

  얼마 동안 인지는 모르지만 잠깐 졸았다.
  '엇.. 또 졸면 안되는데... ㅠ.ㅠ'
  잠시 후..

기억없음

  얼마 동안 인지는 모르지만 또 졸았다.
  '진짜 미쳤어! 죽을라고 작정을 해! 미쳤어 미쳤어!!!!! 아까 자 놓고 또 졸다니!!! 더 이상 운전하면 안되겠다. 한 번 더 자고 가야지. ㅠ.ㅠ'
  나는 당장 RX를 갓길에 세웠다. 그리고 아까와 마찬가지로 RX에 앉아서 잠을 잤다.

  'Zzzzzzzz'
  .
  .
  .
  .
  .
  .
  얼마를 잤을까? 당연히 시계가 없어서 모른다. _-_;
  '에휴.. 대낮에 침낭 깔고 잘 수도 없고 말야..... 천안에 빨리 가서 푹 자야겠다.. 생각 같아서는 지금 침낭깔고 자야될거 같은데..'
  생각을 해보니 어젯 밤에 잠을 안잤다. 게다가 이틀 째 달리기만 했으니 이렇게 잠이 쏟아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식사도 제대로 못했지 않은가.
  '전에는 조금 자다 일어나면 상태가 많이 회복되던데... 오늘은 잘 안되네... 이거 가다가 또 졸음운전 하는거 아냐? 쩝... 사고나지 말자!!!'

나는 다시 달렸다. 절대 졸지 않겠노라고 다짐을 하면서 달렸다. 나는 5단 기어로 80km/h로 정속주행하며 국도를 달렸다. 제발 잠이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날씨가 웬수였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에 나는 다시 나른해지기 시작했고.. 다시 잠이 오기 시작했다. 나는 이를 악물고 그것을 참으려고 했다. 나는 분명 5단 기어로 80km/h로 정속주행 하고 있었다.

나는 또 한 번 졸아 버렸다.

기억없음

그러고 나서는 정신을 차렸는데 졸리는 정도가 약해졌다.
'아싸~ 이제 참을 만하다~ 좀 전에 졸았던게 마지막이었군 ㅎㅎㅎ 다행이다~'

  그때였다. 하늘에 구름 한 조각이 뜨더니, 그 구름조각 뒤에 사람 3~4명이 상반신만 드러낸채로 나타났다. 그리고는 나에게 말을 하는게 아닌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니가 졸음운전을 하지 않겠다고 해놓고선 또 졸음운전을 하는구나! 니가 죽을라고 작정을 했냐! 원래라면 니는 지금 쯤 사고가 크게 나서 많이 다칠 운명이다. 그런데 니가 사고를 당하는 시점으로부터 20분 동안을 너의 다른 시간과 바꿔치기 했다. 그건 우리라서 가능한 일이다. 그 덕분에 니가 살아있는 것이니 고마운 줄 알아라."
  '어허... 어이가 없네.. 근데 왜 반말이냐 _-_;;'
  "시간을 바꿨다고요? 어떻게 했는데요?"
  "너무 자세히 알려고 하지 마라. 다친다. 니가 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에..? _-_;;"
  '저 놈들 머냐 _-_; 말하는게 건방져 -.-;;;'
  "고맙다고 안하냐!!"
  '켁..그걸 믿으라고? 근데.. 엎드려 절 받으면 좋냐? -.-;;"
  "아~ 예~ 고맙네요~"
  "그럼 우린 간다."

  그러더니 갑자기 졸음이 엄청 쏟아지고, 엄청 덥고, 똥이 엄청 마려웠다.
  '헉. 갑자기 똥은 왜 마려워 _-_;; 못 참겠다!! RX 세워서 아무때나 똥 싸러 가야겠다 -.-;;; 휴지는? 탱크백에 있다. ㅎㅎ 다행이네.'
  나는 RX를 세울 곳을 찾았다. 그리고는..

기억없음

나는 매우 덥다는 느낌과 똥이 매우 마렵다는 느낌을 동시에 받았다. 그리고 눈을 떴다.

'어.....? 뭐지.....?

더워서 도저히 못참겠다.....

제길! 똥까지 마려 ㅠ.ㅠ

앗.. 나 운전하면서 졸고 있는거야?

운전하다가 또 졸았네! 미쳤어!!! 하여튼 미친건 알아줘야되!!

빨리 앞을 봐!! 사고나면 어쩌려고!!

눈 뜨고 앞을 봐!!!!

..............

어...?

여기 어디야...?

..........................

내가 왜 여기 있는건데.....?

..........................................

그런데.. 내가 왜 서 있는건데...?

.....................................................

이게 뭐야........ 무슨일이 있었던 거지?

........ 생각이 안나..........'

나는 내 몸과 RX의 상태를 살폈다. 나는 분명히 RX에 앉은 채로 갓길에 서 있었다. 다만 이 길은 처음보는 길이다. 고속도로의 나들목 처럼 생긴 코너길에 나와 RX가 정지해 있었다. 주변의 경치도 그렇고.. 분명 처음 보는 곳이다. 나의 오른발은 갓길의 블록을 밟고 있었고, 왼발은 앞굼치로 땅을 딛고 있었다. 왼손은 클러치 레버를 잡고 있었으며, 오른손은 손가락이 브레이크 레버 위에 올라가 있었다. 기어는 중립에 들어가 있었으며, 속도는 분명 0km/h였다. 내가 관찰한 것은 사실이다. 분명 나는 갓길에서 정지해 있었다.

일단 내가 멀쩡하다는 것은 확인했다. 하지만 내 기억이 뒤죽박죽이다. 나는 분명 5단 80km/h로 달리고 있었는데 왜 갑자기 낯선 곳에 멈춰있는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까.. 그 이상한 놈들이 구름에서 설치는거.. 그런게 있었지... 그건 분명 꿈일거야...

그리고.. 군인이 며칠동안 자지 않고 행군을 하다보면 반쯤 잠든 상태로 걸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분명히 내가 운전하다가 잠이 들었고... 반쯤 잠든 상태로 정지를 하였다는 추측이 가장 현실적이다..

그러고 보니... 얼핏 내가 속도를 줄이던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

근데...

똥 마려운건 진짜네 _-_;;;;;;;;;;;;;;;;;;;;;;;;;;;;;;;;;;;;;;;;;;;;;;;;;;;

자다가 안싼게 다행이다 _-_;;;;;;;;;;;;;;;;;;;;;;;;;;;;;;;;;;;;;;;;;;;;'

나름대로 현실적인 추측을 해봤다. 하지만 내가 속도를 줄이고 기어를 중립까지 넣은 기억이 없는건 분명했다.

'근데 아까 그 꿈에 나온 건방진 것들은 뭐냐 _-_;;;

지들이 나를 지켜주는 수호신이냐? ㅎㅎㅎ

하하하하....... 하하하..............하...........

.............................................

근데 진짜로 그런게 있으면 어떻해? -.-;;

기껏 살려줬더니 까분다고 다음엔 안도와주는거 아니야? _-_;;

에이... 미안해요~ 댁들이 진짜로 존재하면 그냥 넘어가자구요. ㅎㅎㅎㅎ

고맙다 해줄께~ 해줄께~! 됐지?! ...요? -.-;;;;;;;;;;;;

뭐..... 다시 현실적인 추측을 해보면.. 내 화려한 상상력이 그런 이미지를 만들어냈으려나?

에라 모르겠다. 하여튼 신기한 경험이네.

사고 안난건 천만 다행이다. 가다가 휴게소에서 좀 쉬다가 가자.'

* 글을 쓰면서 생각난건데.. 거기는 직선도로가 아닌 것 같았다. 즉.. 완만한 코너에서 내가 정지를 했다는 말이 된다. 그럼 반쯤 잠든 상태로 코너까지 탄거네? -.-;;

[천안을 향해서]

졸음운전 사건이 있은 뒤로 천안을 향해 달리다가 도로가 좋아서 사진을 찍었다.

위 사진은 휴게소 맞은편에서 찍었다. 원래는 휴게소에 바로 들어가려 했는데 사진을 찍으려고 하다보니 휴게소 입구를 지나쳐 버린 것이다. 그래서 사진을 찍고난 뒤 다시 휴게소로 들어갔다.

휴게소에서

졸음운전사건이 있은 뒤로 졸음에 더 민감하게 되었다. 휴게소에 들어가 정신을 차리기 위해 세수를 했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면서 졸음운전사건을 떠올렸다.

[천안]

  '뚜~~~ 뚜~~~ 뚜~~~'
  "야. 내 천안에 도착했다. 어디로 가면 되노?"
  "천안 어딘데?"
  "음..... 몰라 _-_;; 거기 어디냐. 내가 찾아가지."
  "아산시 선문대학교. 선문대 물어서 온나."
  "오케이~ 기다리라 간다~"

드디어 천안에 도착했다. 날씨는 여전히 덥고 내 몸은 피로하다고 난리를 친다. 아까 졸음운전사건을 당한 뒤로는 졸음운전 안했다. 피로하고 몸이 나른하긴 한데, 졸음은 안오더라.
'오우~ 그거 효과는 좋네 -.-;; 자주 좀 그래라? ㅋㅋㅋ 아... 아니다. 그건 좀 위험하다 _-_;; 아까는 운이 좋았던거고.. 담에 또 그렇게 정신을 잃으면 사고 크게 난다...'

[아산]

  나는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 선문대학교를 찾아갔다. 선문대에 도착해서 공중전화를 찾기위해 어떤 건물로 들어갔다. 나는 공중전화를 찾기위해 두리번 거렸지만 '동전넣는 공중전화기'가 보이지 않더라. 그 때
  "복장이 오토바이 타는 복장이네요?"
  '앗. RX를 주차하면서 봤던 사람이다.'
  정장을 입은 아저씨께서 나에게 말을 거셨다.
  "아.. 네~ ^^ ... 혹시 이 근처에 공중전화 없습니까?"
  "음.. 여기는 없을건데요. 휴대폰 없나봐요?"
  "제가 여행중이라서 휴대폰을 안가지고 다닙니다."
  "전화만 하면 되요?"
  "네. 친구에게 전화 한 통만 하면 되거든요."
  '혹시 전화를 쓸 수 있게 해주시려나? -.ㅡ^'
  "그럼 이리 들어와서 전화 쓰세요."
  아저씨께선 바로 옆의 사무실로 들어가시더니 전화기를 내어 주셨다. 아마도 이 학교의 직원인거 같았다. -.-;
  "고맙습니다. 그럼 실례 좀 하겠습니다."

재현이와 통화를 하면서 만날 장소를 정했다.
'아...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보냈구나. 당분간 여기서 신세를 져야지... 휴.... 살았다.'

재현이랑 만나 재현이가 자취중인 원룸으로 갔다. 거기에 짐을 풀어놓고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이제서야 긴장이 풀리는구나...'

"배 안고프나? 밥 무로 가자."

" 고프다 ㅎㅎㅎㅎㅎㅎㅎ ^^"